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후 4시만 넘어가면 혹시라도 머리 손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실까 조마조마해진다. 샴푸실 벽에 걸린 시계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을까. 마침내 미용실 내부를 정리하고 문밖의 화분을 들여놓은 뒤, 입구 쪽 유리문에 작은 종이를 붙인다.
“오늘은 학교 수업으로 오후 5시에 마칩니다.”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지하철역으로 뛰다시피 향한다. 학교까지는 1시간 안에 충분히 닿을 수 있고 첫 수업은 6시 30분에 시작하는데도, 나는 늘 30분 전에는 도착하려 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아 서두르게 된다.
나는 1980년대 중반, 항상 꿈꾸어 왔던 미용인이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온 뒤 지금까지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가 명동에서 일할 때인 8~90년대에는 다양한 파마 스타일이 유행했다. 특히 볼륨을 강조한 풍성한 웨이브 파마가 인기를 끌었으며, 주로 머리 끝부분이 둥글게 말려 풍성해 보이는 스타일이 그 시대의 트렌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하여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볼륨감 있는 단발머리도 유행했는데,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어깨 길이의 단발 스타일로 약간의 컬이나 볼륨을 넣어 세련되게 연출하는 것이 인기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의 직장이 있는 종로에서 미용실을 개원하게 되었다. 그때는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의 영향이 여성의 헤어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쳤던 무렵이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것이 그 시기의 특징이었다. 예를 들어, 당시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과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깔끔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일자 앞머리 스타일이 유행했다. 이러한 헤어스타일은 소녀 같은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순수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당시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층을 많이 준 레이어드 컷이 인기를 끌었다. 이 스타일은 머리카락에 볼륨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하여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이 무렵에는 또, 긴 머리와 짧은 머리 가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나 굵은 컬을 주는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관리가 비교적 쉬운 편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긴 머리에서는 클래식한 직모 스타일과 얼굴을 슬림하게 보이게 하는 레이어드 컷과 함께 웨이브와 C컬 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들은 세련되고 우아한 느낌을 강조하며, 특히 웨이브 스타일은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어 젊은 여성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헤어 컬러링 트렌드가 크게 변화했다. 갈색, 카키, 붉은색 등 다양한 컬러로 염색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으며, 톤 다운된 자연스러운 색상들이 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갈색이나 붉은 톤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주어 많은 여성들이 선호한다.
내가 지난해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용교육전공 석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비교적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헤어 컬러링이다. 40년 가까이 미용업에 종사해 오면서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컬러링은 지금까지도 내게는 어렵기만 한 숙제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퍼스널 컬러에 맞춘 최상의 염색이야 말로 다문화 시대, 미디어 시대에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랫동안 거울을 앞에 두고 앉은 고객의 만족한 미소를 보기 위해 힘써 왔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한 것투성이이다. 자연히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갈망으로 하루하루 헛헛한 시간 위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방황은 만학도의 길을 걷게 했고, 결국 대학원에까지 등록하게 했다.
환갑을 한 해 앞둔 나이에 20대 젊은이들과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즐거움과 신선함은 말과 글로 다 표현해내지 못할 정도이다. 늦은 나이에 대학 공부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6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주경야독의 고된 행군이긴 하지만, 나이 많은 학우(?)를 거리감 없이 대해주는 학생들과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들은 그 모든 피로를 한 번에 잊게 해준다.
지난여름, 그 열정적인 교수님들 가운데 한 분의 소개로 욜로와TV를 알게 되었다. 욜로와TV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니어의 즐겁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개국하게 된 방송 채널이라고 한다. 인생 2막을 여는 시니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모든 연령층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채널들로 꾸며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덧 시니어의 대열에 한 발을 걸친 나 또한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리라 믿는다.
샴푸실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어느덧 5시를 가리키고 있다. 미용실 내부를 정리하고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겨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서 익숙한 얼굴의 나이 든 미용사가 스스로를 독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도 힘내어 열심히 공부하자! 언제나 그렇듯 문밖의 화분을 들여놓은 뒤, 입구 쪽 유리문에 작은 종이를 붙인다.
“오늘은 학교 수업으로 오후 5시에 마칩니다.”
김미선 / 머리에봄(서울 종로구)원장
오늘은 수업이 있는 날이다. 오후 4시만 넘어가면 혹시라도 머리 손질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실까 조마조마해진다. 샴푸실 벽에 걸린 시계를 몇 번이나 쳐다보았을까. 마침내 미용실 내부를 정리하고 문밖의 화분을 들여놓은 뒤, 입구 쪽 유리문에 작은 종이를 붙인다.
“오늘은 학교 수업으로 오후 5시에 마칩니다.”
부리나케 가방을 챙겨 지하철역으로 뛰다시피 향한다. 학교까지는 1시간 안에 충분히 닿을 수 있고 첫 수업은 6시 30분에 시작하는데도, 나는 늘 30분 전에는 도착하려 하고, 그래야만 할 것 같아 서두르게 된다.
나는 1980년대 중반, 항상 꿈꾸어 왔던 미용인이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에 올라온 뒤 지금까지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다. 내가 명동에서 일할 때인 8~90년대에는 다양한 파마 스타일이 유행했다. 특히 볼륨을 강조한 풍성한 웨이브 파마가 인기를 끌었으며, 주로 머리 끝부분이 둥글게 말려 풍성해 보이는 스타일이 그 시대의 트렌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특히 88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하여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볼륨감 있는 단발머리도 유행했는데, 여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어깨 길이의 단발 스타일로 약간의 컬이나 볼륨을 넣어 세련되게 연출하는 것이 인기였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나는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의 직장이 있는 종로에서 미용실을 개원하게 되었다. 그때는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의 영향이 여성의 헤어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쳤던 무렵이었다. 일반적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 것이 그 시기의 특징이었다. 예를 들어, 당시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누리던 아이돌과 연예인들 사이에서는 깔끔하고 귀여운 느낌을 주는 일자 앞머리 스타일이 유행했다. 이러한 헤어스타일은 소녀 같은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순수한 이미지를 선호하는 당시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된다.
10여 년 전만 해도 층을 많이 준 레이어드 컷이 인기를 끌었다. 이 스타일은 머리카락에 볼륨감을 주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도록 하여 세련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했다. 이 무렵에는 또, 긴 머리와 짧은 머리 가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웨이브나 굵은 컬을 주는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관리가 비교적 쉬운 편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의 트렌드를 보면, 긴 머리에서는 클래식한 직모 스타일과 얼굴을 슬림하게 보이게 하는 레이어드 컷과 함께 웨이브와 C컬 펌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들은 세련되고 우아한 느낌을 강조하며, 특히 웨이브 스타일은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주어 젊은 여성들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헤어 컬러링 트렌드가 크게 변화했다. 갈색, 카키, 붉은색 등 다양한 컬러로 염색하는 것이 일반적이 되었으며, 톤 다운된 자연스러운 색상들이 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이 가운데서도 갈색이나 붉은 톤은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주어 많은 여성들이 선호한다.
내가 지난해 대학원에 진학하여 미용교육전공 석사과정 공부를 하면서 비교적 집중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헤어 컬러링이다. 40년 가까이 미용업에 종사해 오면서 가장 취약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컬러링은 지금까지도 내게는 어렵기만 한 숙제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퍼스널 컬러에 맞춘 최상의 염색이야 말로 다문화 시대, 미디어 시대에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주도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랫동안 거울을 앞에 두고 앉은 고객의 만족한 미소를 보기 위해 힘써 왔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한 것투성이이다. 자연히 채워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갈망으로 하루하루 헛헛한 시간 위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한 방황은 만학도의 길을 걷게 했고, 결국 대학원에까지 등록하게 했다.
환갑을 한 해 앞둔 나이에 20대 젊은이들과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즐거움과 신선함은 말과 글로 다 표현해내지 못할 정도이다. 늦은 나이에 대학 공부를 시작한 뒤 지금까지 6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주경야독의 고된 행군이긴 하지만, 나이 많은 학우(?)를 거리감 없이 대해주는 학생들과 열정적으로 강의해 주시는 교수님들은 그 모든 피로를 한 번에 잊게 해준다.
지난여름, 그 열정적인 교수님들 가운데 한 분의 소개로 욜로와TV를 알게 되었다. 욜로와TV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시니어의 즐겁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개국하게 된 방송 채널이라고 한다. 인생 2막을 여는 시니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모든 연령층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익한 채널들로 꾸며질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덧 시니어의 대열에 한 발을 걸친 나 또한 이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리라 믿는다.
샴푸실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어느덧 5시를 가리키고 있다. 미용실 내부를 정리하고 주섬주섬 책가방을 챙겨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서 익숙한 얼굴의 나이 든 미용사가 스스로를 독려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늘도 힘내어 열심히 공부하자! 언제나 그렇듯 문밖의 화분을 들여놓은 뒤, 입구 쪽 유리문에 작은 종이를 붙인다.
“오늘은 학교 수업으로 오후 5시에 마칩니다.”
김미선 / 머리에봄(서울 종로구)원장